해본거
올 겨울 폭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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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5. 11:12
여기는 제주도다. 제주도에 산다.
눈을 구경하기 쉽지 않은 동네다 보니, 어쩌다 눈이 오면 아이들은 신이난다.
하지만 어른인 나는 월동장비를 잘 갖춰두지 않는 탓에, 눈이 오면 걱정이 앞선다.

직장에서는 혹시라도 눈길에 사고로 이어질까봐
조금만 눈이 쌓여도 일찍 퇴근하기를 권유한다.
올 겨울은 눈 구경을 정말 원없이 했다.
눈이 온다고 해도 별로 쌓이진 않는 동네인데, 쌓이기도 많이 쌓였다.
거기에 제주의 매서운 바람이 추위에 한 몫 했다.

기다리던 눈이 내려, 신이난 아들은 아침 일찍부터 눈사람을 만들러 가자고 재촉한다.
아파트 단지안에 제법 넓은 공간에서 눈을 뭉쳐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 만드는 시늉을 하긴 하는데,
결국 눈사람 완성은 나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