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제주도다. 제주도에 산다. 눈을 구경하기 쉽지 않은 동네다 보니, 어쩌다 눈이 오면 아이들은 신이난다. 하지만 어른인 나는 월동장비를 잘 갖춰두지 않는 탓에, 눈이 오면 걱정이 앞선다. 직장에서는 혹시라도 눈길에 사고로 이어질까봐 조금만 눈이 쌓여도 일찍 퇴근하기를 권유한다. 올 겨울은 눈 구경을 정말 원없이 했다. 눈이 온다고 해도 별로 쌓이진 않는 동네인데, 쌓이기도 많이 쌓였다. 거기에 제주의 매서운 바람이 추위에 한 몫 했다. 기다리던 눈이 내려, 신이난 아들은 아침 일찍부터 눈사람을 만들러 가자고 재촉한다. 아파트 단지안에 제법 넓은 공간에서 눈을 뭉쳐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 만드는 시늉을 하긴 하는데, 결국 눈사람 완성은 나의 몫이다.
해본거
2021. 2. 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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